2009년 11월 06일
어느 날의 미스터리 파이

저는 먹을 것을 좀처럼 못 버리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혼자 먹을 자신이 없는 것은 사지 않아요. 비엔나 소시지 같은 것도 사지 않은지가 좀 됐습니다. 아무리 작은 포장을 사도 한 봉지 다 먹지 못하는 물건이라서요. 그런 고로 놀러와서 아무리 어질러도 좋으니 골치아픈 먹을 것만 남겨두고 가지 말아달라고 애원을 하다시피 하는데, 그래도 가끔씩 처치 곤란한 과자 상자가 남습니다. 두고 보자 모횽...
그래서 칼로리바란스를 처리하기 위해 냉장고를 털어서 미스터리 파이를 만듭니다-치즈맛이니까, 아주 밀키하거나 아주 새콤한 필링을 채워 넣으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고전적인 라임 파이의 응용으로 가기로 하고, 재료를 주섬주섬 주워 모읍니다.
라임 주스(lazy lime) 1/2컵
달걀 노른자 4개
연유 1컵
칼로리바란스 1 1/2봉지(=막대 3개)
버터 1/3컵
설탕 1/4컵
화이트 초콜릿 조각 약간
1. 칼로리바란스를 믹서에 갈아 부순 다음, 녹인 버터와 설탕을 넣고 섞어 반죽합니다.
2. 1을 파이를 구울 틀에 꼭꼭 눌러붙여 190℃의 오븐에서 10분 정도 구워 식힙니다. 저는 이번에도 브라우니와 같은 15×8×5cm의 미니파운드 틀에 2개를 만들었습니다.
3. 달걀 노른자를 덩어리지지 않게 잘 풀어서 연유를 넣습니다.
4. 3의 달걀과 연유에 라임 주스를 넣고 잘 섞은 후 잠시 내버려 두면 걸쭉해집니다.
5. 이전부터 레몬 혹은 라임과 화이트 초콜릿이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심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침 옆에 굴러다니는 허쉬 Cookies'n'Creme 자이언트 바를 적당히 손톱 크기로 다져서 4에 섞습니다(...) 화이트 초콜릿이면 뭐든지 괜찮을 것 같습니다.
6. 반죽을 2의 틀에 붓습니다.
7. 달걀 노른자를 분리하고 남은 흰자가 아까운데 딱히 쓸 데가 없다면, 설탕을 넣고 거품을 내 머랭을 만들어서 반죽 위에 얹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저는 약간 얹어봤습니다.
8. 160~170℃의 오븐에서 15분 굽습니다. 속이 아직 액체인 것 같아도 걱정하지 마세요.
9. 실온까지 식힌 다음 냉장고에서 충분히 굳힙니다.
아무래도 쓸데없이 길고 복잡한 레시피가 된 것 같습니다만, 저것이 의외로 맛있습니다. 칼로리바란스의 자취라고는 없이, 짜릿하게 새콤하고 달콤한, 불량한 맛이 나요. 처음에는 약속 장소에 들고 나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저런 틀에 구웠지만, 일반 파이 틀에 구우면 충분히 굳어진 후에 잘라서 서빙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3 조횽은 구운 후에 맛있으면 에바 가드너 파이라고 부르자고 강력하게 주장하던데, 맛만으로 판단하자면 제리 사인펠드 파이가 차라리 더 어울리겠어요. (...)
# by | 2009/11/06 23:47 | The Debt to Pleasure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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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생각해보니 전 라임맛이 어떤 맛이며 레몬맛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는군요(..)
그래도 필링에 계란과 연유가 들어가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라임맛은 저도 생라임을 맛본 적이 몇 번 안 되는지라 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레몬이랑 '신맛'은 비슷한데 '짜릿한 향'의 포인트가 좀 다릅니다. 레몬보다 트위스트가 좀 있어요. (...) 저는 향 자체로 따지자면 라임을 더 좋아합니다만 역시 날것은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orz
저 필링 만들기 신기하죠!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실제로 해 보면 우와, 우와 하고 놀라게 되더라고요. (...=_=)
그냥 오브니도 하나 만들어볼까;;;
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