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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ald City Confidential (2009)

모든 것이, 수상쩍게 익숙합니다.


-몇몇 숨은그림찾기 게임을 시작으로 캐주얼 게임에 중독된 저는 최소한 세 개의 캐주얼 게임 배포 사이트로부터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있는데(...) 그 중에서 솔깃한 것들을 와르르 깔고, 하루 몰아서 트라이얼 플레이를 한 다음 그 중에서도 아주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며칠분 밥값을 투자해서 구입합니다. 원래부터 그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부터 더욱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런 부분에는 취향이 이상하게 까다로워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퇴짜를 놓곤 합니다. Build-a-lot 같은 경우에는 '어 그래' 정도로 넘겼고, Virtual Villeagers는 나름 신선했는데 게임 방식에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아서 포기. Bejeweled Twist는 다행히도 중독이 심각해지기 전에 웃어 넘길 수 있는 정도 수준에서 멈출 수 있었고, ZumaPeggle Nights는...정줄 놓고 플레이하다가 이대로는 큰일 나겠다 싶어 딱 끊었습니다. -_- 어떤 때는 좀 어드벤처 같은 물건을 해 보고 싶어서 Dream Chronicles 시리즈를 쑤석거려 보기도 했는데...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런 목적으로 이 게임을 잡으면 쬐끔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던 차에 어딘가의 뉴스레터에서 Wadjet Eye Games의 Emerald City Confidential의 소개를 읽고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다이디타운]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것과도 비슷해요. 제작자 Dave Gilbert는 'Emerald City'라는 단어 뒤에 'Confidential'이라는 일견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붙임으로써, 에머럴드 시티의 풍경을 여전히 우리에게 익숙한, 그러나 완전히 다른 어떤 것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오즈]의 세계로부터 시간은 흘러, 그동안 오즈에서는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습니다. 오즈 전역에서 마법은 금지되고, 도시의 지하에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형태의 어둠이 넘실거립니다. 납치, 방화, 밀수. 느와르의 세계입니다! 각진 어깨에 허리가 잘록한 40년대식 수트를 입고 납작한 모자를 눌러 쓴 페트라Petra는 에머럴드 시티 유일의 사립탐정입니다. 어린 소녀였던 도로시 게일은 이제 망사 스타킹을 신고 팔꿈치까지 오는 장갑을 끼고서 사립탐정을 찾아와 비밀스럽게 속삭입니다.
  페트라가 개인적으로 그의 행적을 추적할 정도의 악덕 변호사가 된 사자, 수수께끼 같은 소리를 던지는 은퇴한 정치가 허수아비, 윙키 컨트리의 주지사였지만 로컬 마피아의 암약으로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어 온종일 차고 벽에 기대어 기름을 홀짝이는 양철 나무꾼, 왕국에서 쫓겨나 바텐더가 된 노움의 왕...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다가가기 힘든 존재가 되어 버린, 오즈의 지배자 오즈마.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전쟁에서 싸웠던 과거, 불명예스러운 제대, 사라진 가족의 일원을 일생을 걸고 찾아 헤매는-페트라는, 완벽한 하드보일드 탐정입니다. 그녀는 군대의 동료들을 만날 때마다 과거의 일에 대해 추궁당하고, 만나는 사람들한테 모자에 대한 비꼼을 듣고, 다음 달 사무실 월세를 걱정하고(그녀는 사무실 소파에서 잡니다), 오즈마의 초상화를 다트판으로 씁니다. 무엇보다, 시종일관 빈정거리고 끊임없이 조절거리는 페트라의 입담이 그녀가 하드보일드 탐정의 정통 후계자임을 말해 줍니다. (네, 하드보일드 탐정이라면 역시 정신 시끄럽게 말이 많아야죠. )

 게임의 조작은 (매우) 쉽습니다. 게임 내부에서 발견할 수 있는 힌트 시스템은 몇 단계로 이루어져서, 맨 마지막 단계에서는 거의 직접적인 '공략'에 가까운 지시를 내려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퍼즐은 조금만 생각하면 힌트 없이 풀 수 있어요. 엔딩은 다소 얼렁뚱땅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그것이 또 매우 오즈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컨셉 아트를 구경하는 것도 숨겨진 즐거움입니다. 특히 몸비Mombi의 경우, 첫 등장을 보고 아주 데굴데굴 굴렀었는데 나중에 컨셉아트에서 '리타 헤이워드를 참고한, 몸비의 디자인' 이라고 씌어 있는 걸 보고선......:]

 사랑스럽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사랑스러워요. 캐릭터들은 모두 귀엽고, 섹시합니다. 성우를 무척 잘 쓴 것 같은데, 벳시 보빈스("보빈스 워먼")의 짹짹거리는 요부 목소리나 도로시 게일의 느릿하고 어두운 목소리를 비롯해 사자,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모두가 섹시합니다. 아니, 전 캐릭터가 다 섹시해요. ...오즈마만 빼고. 만족스럽습니다. 전 오즈마란 캐릭터를 무척 싫어해요. 원작을 처음 봤을 때도 뭐?!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오즈마는 심지어 원작의 오즈마보다 더합니다. 오즈 사람이라는 걸 감안해도 도덕심 제로라고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끝내주는 캐릭터입니다. 어쩌면 지능이 제로라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게다가 원작의 디자인도 엄청 썩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디자인을 그대로 끌고 오기까지! 이제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 제작자는 저만큼 오즈마를 싫어해요. (...)

 돌이켜 보면, [오즈의 마법사]를...다른 어떤 경로를 거쳐 전해 듣기 전에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어요. 마법사가 사실은 미국인(...)이었다는 것을 알고 순수하게 깜짝 놀랄 수 있었으니까요. 그 강렬한 경험은 이제 진짜로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쉽게 잊혀지지 않네요. 원래의 오즈는 많은 경우 횡설수설하는 어조로 씌어진 곧이곧대로 찬성할 수 없는 이야기들의 묶음이지만(저는 여전히 [오즈의 마법사]가 끝내주게 무서운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 책도 다를 건 없군요. 그 다음 책도...) 저는 그 세계 자체보다도 그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

Trivia
 디자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넘을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역시 이쪽입니다.
  The Sawhorse. 한국어판 완역본에서는 '목마' 라고 쓰고 있는 것 같지만...뭐,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싶기도 하고요. ^_^a

by euphemia | 2009/05/01 19:09 | Trivia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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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Calamity Town at 2009/05/01 23:39

제목 : 도로시도 나이를 먹는다 - Emerald City ..
만일 이 게임의 제목을 보고 대번에 어떤 동화를 떠올렸다면, 분명 에 대한 기억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은 분일 겁니다. 그리고 제작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등장인물 중 오즈마 공주, 마녀 몸비, 틱톡, 진저 장군 등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면, 이 동화 시리즈의 첫 작품에만 그치지 않고 이후 발표작들도 꾸준히 찾아본 팬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도로시가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찾아가는 에메랄드 시티의 이름 뒤에......more

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오늘의 순진한.. at 2009/05/30 00:19

... 서관이 등장 (나리디님) 좀 지난 소식이지만 놀라운 건 놀라운 거임. ★초코빵 존나싸게팝니다 (붹님) 졸지에 빵장수로 개업한 탈주병 모씨... ★Emerald City Confidential (2009) (euphemia님) 어찌보면 대단히 미쿡스러운 짬뽕. ★음악가들의 죽음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 (dunkbear님) 시대가 시대다보니 ... more

Commented by d4d357r033dkiD™ at 2009/05/01 21:37
호오..., 이처럼 [시에라™ 사(社)의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래픽 어드벤처 게임이 여전히 종종 나오고 있군요 ?

게다가, [Good bye Yellow Brick Road, Hello Sunset Blvd.] ...같은 세계관의 전환이라니..., (의술이 됐든 미술이 됐든) 리타 헤이워드를 참고™한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세부 디테일 부터가, 이래저래 상당히 훌륭해 보입니다.


그나저나, The Sawhorse, 톱마(...) 라고 쓰기에는 더 더욱 곤란했을테니 말이죠. (퍽 !)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5/10 19:07
어드벤처 게임에 대한 열망은 영원한 것 같아요. :] 저 제작사는 특히, 그리운 도트 그래픽이 돋보이는 어드벤처 게임들을 여럿 내고 있더군요. [Shivah]는 아직 제대로 플레이해 보지 못했지만 컨셉이나 뭐나 참 매혹적이었습니다.

한편 ECC의 컨셉 아트 중에는...여자 캐릭터들 하나를 명백히 Betty Boob™ 식으로 그려놓은 그림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도 나중에 뭔가 할 작정이에요.

The Sawhorse의 경우, 그것에 해당하는 한국어 표현이 있지 않을까 싶어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진짜로 있더군요.

모탕
[명사]
1 나무를 패거나 자를 때에 받쳐 놓는 나무토막.
2 곡식이나 물건을 땅바닥에 놓거나 쌓을 때 밑에 괴는 나무토막.

역시 어떻게 해도 탈것처럼은 보이지 않지만...OTL
Commented by acrobat at 2009/05/01 23:46
확실히 성우가 상당히 좋아요. 이 제작사의 전작들도 성우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는데 그보다도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까요. 역시 재능이 충분한 인디 제작사에 안정된 작업 환경이 보장되니 이 정도 수준의 결과물이 나오네요.

Wadjet Eye Games는 제가 유일하게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제작사인데, 뭐랄까 이 게임은 살짝 외도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 반기지 않았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니 기대 이상이었어요. 요즘엔 노화가 시작되는지 난이도 있는 게임을 잘 못 하는 터라;;; 이처럼 깔끔하고 문턱이 낮은 스타일이 반갑기도 했고요.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5/10 19:18
음, 저는 이걸 플레이한 후에 이전 작품들을 구해 보았어요. [Shivah]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The Blackwell Legacy]의 경우는 대사가 살짝 빠르지 않았는지요? 아직 ECC의 캐스팅 정보가 올라와 있지 않기에, 사실은 디와 오즈마와 페트라와 보빈스 워먼이 전부 같은 사람 목소리라든지 하는 반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대사량이 꽤 되기 때문에 1시간 플레이로는 많은 부분을 볼 수 없다는 점도, 제작사에는 플러스가 될 지도 모르겠네요. ^^;;; 저는 캐주얼 게임의 경우 그림, 설정, 캐릭터에 오히려 더 집착하는데 [The Blackwell Legacy]는 제게는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가 않았는데...차라리 조이 말론 스핀오프만 나오면 좋겠습니다. 여주인공 영...=_=
Commented by acrobat at 2009/05/12 14:04
블랙웰 시리즈의 팬들은 조이 스핀오프보다는 로렌을 주인공으로 하는 게임을 좀 더 내 달라는 모양인데, 사실 저도 이쪽을 더 바라지만 로렌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매력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 캐릭터는 여러 편에 등장할 성격은 아니라서요.

블랙웰 언바운드를 해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여기서는 로렌과 조이를 거의 절반씩 돌려가며 플레이할 수 있으니 조이 팬들은 좀 더 좋아하던걸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5/02 00:10
오즈의마법사 + LA컨피덴셜 인가요 후덜덜 OTL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5/10 19:19
옙 :]
저는 조금 더 무거운 얘기라도 좋을 뻔 했어요. 진짜로 살인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고...
Commented by 핑크팬더 at 2009/05/02 14:27
아앗. 이거 해보고 싶어요. 사실 컴퓨터 화면을 보면 금방 두통이 생겨서 게임은 잘 못하는데 이건 확 끌리네요. 이런 게임은 어디서 구하나요? (제가 워낙 게임과는 담쌓고 살아와서;;)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5/10 19:23
PlayFirst ( http://www.playfirst.com/game/emerald-city-confidential/?q=AFWADJETEYE0001 )에서 1시간짜리 데모를 구하실 수 있습니다. 플레이해 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같은 사이트에서 구매하시면 돼요. :] 저 사이트 외에도 emerald city confidential로 검색하셔서 여기저기서 다운로드 혹은 구매하실 수 있을 거예요.
Commented by 핑크팬더 at 2009/05/11 09:46
감사합니다 :)
Commented at 2009/05/03 21: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5/10 19:34
이 게임 재미있어요! :]

전 여전히 숨은그림찾기가 메인이라 The Clockwork Man을 시도해 보았는데, 이건...나중에 포스팅하겠습니다. 여러 가지 할 말이 많은 게임이에요. =_= Redrum도 쬐끔 신선했습니다.

Farm Frenzy는 언제고 해 보려고는 하고 있습니다. ^ㅁ^/
Commented by 동굴곰 at 2009/05/04 00:32
오오 Zuma를 정줄 놓기 전에 끊으셨다니 갱장해요! <- 1년쯤 빠져 살았 OTL
저도 한때 트라이얼 플레이 홀릭이었는데 (한게임 플래시 결재를 하는 외도도 저지른 적 있구요 ;ㅅ;) Dream Chronicles는 어드밴쳐 게임이 아니라 영어 공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ㅠㅠ
이 게임은 모 웹진에서 보고 기억만 해뒀던 건데, 이렇게 리뷰를 봐버리니 어쩔 도리가 없네요. 조만간 해봐야겠습니다 >ㅅ</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5/10 19:37
Dream Chronicles는... 일설에 의하자면 스샷 찍는 게임이라던데요. (...)
결과물 별 거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보석 줍기에 집착하게 됩니다. 3편이 나온 것 같은데 그다지 해 볼 생각이 들지 않네요. o<-<

ECC는 저로서는 근래 했던 게임 중에 가장 불탔던 게임입니다. ^ㅁ^/ 조만간 2회차 플레이에 도전할 생각이에요. 이번에는 좀 망나니 플레이를 해봐야겠습니다. 전 게임을 할 때 언제나 예의바른 길로만 가려는 경향이 있어요. ([플레인스케이프:토먼트] 같은 경우 그게 좋은 정책이기도 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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