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4월 26일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권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상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나의 점수 : ★★★
-"마쓰모토 세이초, 썩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같은 건방진 소리를 하면서, 어쨌든 고전 기분이라 집어든 책입니다. 이미 이후의 전개가 눈에 보이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실은 좋아합니다. 그것도 장편보다는 단편 쪽을 좋아해요. 비교적 어려서 많이 보았기 때문에 더 나중에 읽은 작품들을 대하는 데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네, 단순히 '사회파를 좋아한다'고 쓰고 싶지도 않고, 사회파를 각별히 더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읽기 시작한 것보다 더 어렸을 때 접하던 자료에는 거의 시험 공부하듯 달달 외워야 할 것 같은 분위기로 '사회파의 마쓰모토 세이초' 라는 이야기가 빠짐없이 실려 있었는데, 정작 읽기 시작했을 때는 결국 또 마쓰모토 세이초 중에서도 '사회파라고 해야 할지...' 라는 생각이 드는 단편만을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읽은 수가 많지는 않아서 이 책에 실린 것들 중에서 확실히 이전에 읽은 것은 "일 년 반만 기다려"와 "지방지를 구독하는 여자" 정도인데, 둘 다 무척 좋아하는 단편입니다. :]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의 에디터가 미야베 미유키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말이 너무 많습니다.
이 책의 셀렉션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기보다,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라는 쪽이 맞습니다.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해요. 주제별로 챕터를 나눈 것도 비교적 납득할 수 있습니다. 미술의 경우에도 단순히 한 시대나 한 화가의 작품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테마가 있는 전시가 어필하기 쉬운 법이니까요.
하지만, 그 챕터의 시작마다 붙어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해제에는 도저히 못 견디겠습니다. 진짜로 못 참겠어요. 읽다 보면 장을 나눈 이유가 '스타' 미야베 미유키의 글을 하나라도 더 싣기 위해서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실제로 책을 팔아야 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아마 이것이 당연한 선택이겠지만요). 이것은 제가 미야베 미유키를 싫어한다는 사실과도 무관합니다. 그냥 유치해요. 견딜 수 없이 유치합니다. 아마 골수 미야베 미유키 팬이나, 호탕하게 페이지를 쓱쓱 넘기는 타입의 사람이 아니라면 어디선가 한 번은 닭살이 돋고야 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권을 사게 되면 절대 해제를 읽지 않을 거예요.
상권에서 가장 좋았던 단편은 "삭제의 복원" 입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온몸을 배배 꼴 정도로 좋았어요. 늘 예수의 유전자 타령이나 미술품 타령만 하지 말고 이런 작품이 좀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쇼]나 키리노 나츠오의 단편집 [암보스 문도스]에 실려 있던 "부도의 숲"이 떠오르더군요. (결국 작가의 사생활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냐고요? ^^; )
반대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시도는 4장의 "쇼와사 발굴-2.26 사건" 입니다. 이것과 "추방과 레드 퍼지-[일본의 검은 안개]에서" 모두 여기 싣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만...실은 양쪽 모두, 근래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시대를 다룬 글이라 감지덕지해서 읽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쓰자면, "쇼와사 발굴-2.26 사건" 쪽은 정말로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로 시험공부 하나요? 이 단편집 기획의 나머지 부분이 아무쪼록 '사회파의 마쓰모토 세이초'를 달달 외우는 것 같은 분위기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가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을 자연스레 드러내 보이는 것과, 그 사실에 형광펜을 긋고 외워대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어판 자체에도 불만은 있습니다. 어느 작가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드러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인터넷에 팬 페이지나 블로그를 만들거나, 열심히 책을 사거나, 미야베 미유키처럼 작품집을 기획하거나...그리고 출판사의 경우에는, 책을 잘 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출판사의 미야베 미유키에 대한 애정은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만, 출판사라면 책 자체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이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요. '만세!' 같은 건 다른 이스터 에그들처럼 재미도 없고, 그냥 아마추어리즘의 소산으로 보일 뿐입니다.
Trivia
1. [상해에서 돌아온 리루上海帰りのリル], 쓰무라 켄津村謙이 부릅니다. :]
2. 저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필명 자체도 좋아해요. 본명과 똑같이 쓰고 달리 읽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그 담담한 센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한국 인터넷에는 그의 그 아름다운 필명을 잘못 표기하는 문서가 너무나도 많아서...마쓰모토 세이'초' 입니다. 세이조가 아니에요. :<
3. 이 단편집에 모리 오가이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에, 일단 손 닿는 대로 고려원의 [일본대표단편선]에 실려 있는 모리 오가이의 "사카이 사건"을 다시 읽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진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충격을 받았었어요. 여기 등장하는 프랑스 공사 본인만큼이나 놀랐을 겁니다.
# by | 2009/04/26 15:28 | Dear Detective! (추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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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현지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아서, 지금까지로서는 이 책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아마, 전국적인 현상이 아닐까요? 일본은 로컬 이벤트가 너무 강렬해서 확신은 할 수 없지만요. :]
모리 오가이는 몇 편 읽어보지 못했어요. 이 기회에 읽을까 해요. 마쓰모토 세이초의 글에서 그의 아들 이름이 '오토' 라는 이야기를 보고서 처음에는 일본식 이름인 줄 알고 '어머, 아름답기도 하지...' 라고 생각했으나...ㅜ.ㅠ 이후의 결말은 짐작이 가시지요? 나머지 딸들 이름이 마리, 안느라는 걸 알고 창백해지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