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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웹스터 - 말괄량이 패티Just Patty

말괄량이 패티
진 웹스터 지음, 이선혜 옮김, 한현주 그림 / 을파소
나의 점수 : ★★★★★

-을파소의 새 레이블인 '레인보우 북클럽'에서 소녀소설의 고전 중 하나인 진 웹스터의 [Just Patty]를 [말괄량이 패티]라는 제목으로 내놓았습니다. 저는 이 레인보우 북클럽에 살짝 관여하고 있었던 고로, 책을 먼저 받아보는 영광을 누렸습니다만...어쩌다 보니 이렇게 늦게 리뷰를 내놓게 되었습니다. 연초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포스팅을 안 하는 동안에도 ABE 전집이나 지경사 소녀소설 포스트에 덧글을 달아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덕분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_^;

 [말괄량이 패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으신 분들을 위해 살짝 귀띔해 드리자면, 이 소설은 지경사 소녀소설 [요지경 파티]의 원전, [Just Patty]의 완역본입니다. [요지경 파티]는 일본어 중역본으로 추정되고, 제목의 '파티'는 주인공의 이름인 '패티'의 카타가나 표기를 잘못 짚은 것임이 거의 확실하며, 상당히 많은 수의 에피소드가 잘려 있었지만...저는 지경사 소녀소설 중에서도 이 책을 상당히 좋아했었습니다. :] 살짝 비뚤어진 위인전의 형태로 그다지 새로운 시각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꿈꾸는 발레리나],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등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 책은 플롯시 티이케키(플로씨 티케이크Flossie Teacake) 시리즈, 말괄량이 쌍둥이(세인트 클레어St. Clare) 시리즈와도 미묘한 톤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요지경 파티]에서는, 그 당시에도, '애써 눈높이를 맞추려 한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웹스터의 풍자는 가차없고 찔러야 할 곳을 제대로 알고 있으며, '이미 알 것 다 알고 있는' 능글맞은 웃음기를 느끼게 합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 책의 (지금까지 읽던 것들과) '다른 느낌'에 당황했었습니다. 과격하달까, 야하달까, 민망하달까, 마치 수 타운센드의 [비밀일기]를 처음 접하고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했던 것과도 비슷한 기분이었어요. :]

 생각해 보면, 지경사판에서 그렇게 많은 에피소드가 잘려나가야 했다는 점이 이 책의 어덜트함을 말해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요지경 파티] 버전에서는 전체 내용이 축약된 것 말고도 12개의 챕터 중 4개 에피소드가 삭제되었는데(조금이라도 요염한 기색이 있는 에피소드들은 전부 잘렸습니다) 그 에피소드들은 전부 강렬한 풍자가 돋보이는-평소 제가 쓰던 말로 하자면 못돼 처먹은-이 책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들입니다! 즉, [요지경 파티]의 색채가 마음에 드셨던 분이라면 완역본 [말괄량이 패티]를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 특히 "학교를 뒤흔든 연애 사건"-저는 이 에피소드를 '커스버트 세인트존' 이라고 부릅니다-과 "키다리 아저씨 바비"는...굉장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양쪽 다 더할 나위없이 못돼 처먹은 에피소드이며, 특히 후자의 징그러운 결말에서는 작가의 천재성이 느껴집니다.

 오랜만에 한국어로 재미있는 책을 보아서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책의 모양새도 마음에 들어요. 표지는 적절히 귀엽고(실은 저는 좀 더 징그러운 방향을 기대했습니다), 책 뒷부분에 작가 소개와 더불어 '작품 깊이 보기', '관련 지식 쌓기', '생각 펼치기'라는 항목을 둔 점이 좋았습니다. 레인보우 북클럽 책들은 다소 진지하고, 가볍더라도 생각할 거리가 있는 책들을 선정했기에 일괄적으로 이런 코너가 들어가는 것 같더군요. [말괄량이 패티]의 '관련 지식 쌓기'는 '산업 혁명 이후 미국 사회의 변화', '20세기 초 미국 여성의 지위와 권리'라는 주제입니다. 저도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본문 중에 나오는 1910년대의 세탁부 파업 관련자료를 찾아보았던 만큼, 도움이 될 것 같은 코너예요. 물론 이런 가이드라인 없이, 책을 읽고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면 더욱 좋겠지만요. ^^;

 물론, 이 책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는 본문 일러스트에 대한 것인데, 인쇄된 상태를 보니 어째서 컬러로 하지 않은 걸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아니면 아예 그림의 재료나 형식을 달리 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요...둘째는 챕터 번역제의 선정입니다. 아래 목차 옆에 표기한, 원래 챕터 제목을 보시면 제 불만을 이해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요지경 파티] 버전에서 빠져 있던 에피소드를 굵은 폰트로 표기해 보았습니다.
신입생 길들이기REFORM
학교를 뒤흔든 연애 사건THE ROMANTIC HISTORY OF CUTHBERT ST. JOHN
숙제 거부 투쟁THE VIRGIL STRIKE
뒤바뀐 트렁크 소동THE THIRD MAN FROM THE END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THE FLANNIGAN HONEYMOON
해리엇의 놀라운 변신THE SILVER BUCKLES
키다리 아저씨 바비"UNCLE BOBBY"
비밀 클럽 결성! S.A.S.THE SOCIETY OF ASSOCIATED SIRENS
마거릿이라고 불러 줘THE REFORMATION OF KID MCCOY
뜻하지 않은 피크닉ONIONS AND ORCHIDS
레몬 파이 유령과 도둑THE LEMON PIE AND THE MONKEY-WRENCH
집시의 화려한 외출THE GYPSY TRAIL

전반적으로 너무 무난해졌달까, 살짝 반짝거림이 부족한 느낌이 들더군요. :]

Trivia
1.[말괄량이 패티]는 1903년에 출판된 [When Patty Went to College]의 프리퀄입니다. 이번에 이 책을 무척 반갑고 재미나게 읽었기에, 저 전편도 읽어볼까 해요.
2. 메이에게 울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던 마리 코렐리Marie Corelli
윈스턴 처칠이 마리 코렐리의 책을 수집했다니, 정말 패티의 말대로 영국인들은 모두 마리 코렐리를 읽는 거였군요.

by euphemia | 2009/03/20 06:15 | MidnightFeast (어린이책)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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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알겠어요 at 2009/03/20 09:04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책 제목들이군요.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3/22 05:53
최근 컬렉션이 좀 불어서, 언제 한번 와르르 풀어놓을까도 해요. :]
Commented by 빨간반지 at 2009/03/20 11:37
저 지경사판 표지는 기억이 없습니다만 소제목중에 숙제 거부 투쟁은 혹시 아무리 노력해도 시를 14줄 이상 외울 수 없는 아이를 위해서 기준을 낮춰달라고 주인공이 단식투쟁을 벌이던 이야기인가요. 우왓, 이게 새로 완역본으로 나오다니, 게다가 잘렸던 이야기도 있다니 굉장하군요. 당장이라도 지르러 가야겠어요.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3/22 05:56
옙, 개요는 대략 그렇습니다. 이번 판에 의하자면 요구조건은 80줄을 60줄로 줄여줄 것이었고, 단식투쟁이라기보다는 선생이 다 외우기 전에는 자습실에서 꼼짝 못하게 한 거죠. ^^; 결국 숨은 지지자들이 먹을 것을 몰래 꾸역꾸역 갖다주는 바람에 단식도 아니게 되었지만요. :]
Commented by tuppence at 2009/03/20 13:49
꺄아아아, 저 이거 지경사 책으로 갖고 있어요! 쌍둥이 시리즈 못지 않게 격하게 사랑했던 책입니다. 지경사 번역본은 잘린 부분이 많아서 아쉬웠는데 완역본이 나오다니 덩실덩실 춤추고 싶네요.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3/22 05:57
저도 어렸을 때 지경사 책을 빌려보았다가, 몇 년 전에 구해서 가지고 있어요. ^^; 이 책이 나온다고 해서 무척 기뻤답니다!
Commented by 하나또 at 2009/03/20 14:28
이 책 너무 좋아요! ㅋㅋㅋ
인기없는 친구를 위해 자기 드레스와 구두에 달린 은 버클을 떼어주는 장면이란...
그 친구는 결국 아빠를 만나서 일이 잘 해결되긴 했지만 답례는?? 답례는???? -_-
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요 ㅋㅋㅋㅋ 은 버클이 아까웠어요 T_T ㅋㅋ

그..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주인공보다 더한 말괄량이 친구가 기억에 남네요.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ㅋㅋㅋㅋ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3/22 06:02
그날 집에서 도착한 선물상자에 들어 있던 새 구두였지요. :] 역시 그 챕터의 제목은 은제 버클이어야만 해요! ㅠ_ㅠ 버클은 학교 메이드가 수선해 주지 않았을까요...

자유로운 영혼, 마거릿 '키드' 매코이 말씀하시는 건가요? :] 안장 없이도 말을 탈 수 있고, 다소 말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는-좋아하는 캐릭터였어요.
Commented by 카코포니 at 2009/03/20 16:39
지경사판의 표지그림이 참 좋은데요. (요즘은 왜 저런 풍의 표지가 안나오는걸까요?)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3/22 06:03
그러게요, 대체 누구를 그렸는지 알 수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참 좋은 표지인데 말이에요. :]
저런 그림체 자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유행인 것 같아서 슬퍼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9/03/20 21:09
저 책 아직도 아직도 있어요;ㅁ; 추억이 방울 방울..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3/22 06:04
전 안타깝게도 '아직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한 권도 없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지경사 책들은 전부 어른이 되고 나서 다시 주워 모은 거라서요. ㅠ_ㅠ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3/20 21:53
'요지경 파티'에서 파티가 사람이름이란걸 염두에 두고 다시보니 뭔가 평범할줄 알았던 제목이 상당히 괴악해지는군요 (굿센스 OTL)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3/22 06:05
게다가 원제는 Just Patty...orz
Commented by 아말테아 at 2009/03/20 23:16
관여라는 것은 타이틀 셀렉팅 같은...건가요? ^^

저도 이 책 샀습니다. 블루머 입고 자전거 타는 표지그림에 감격해서...

지경사 시리즈 중엔 플롯시를 가장 좋아했고

지금은 이렌느(=베로니카) 얘기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3/22 06:10
아, 출간을 염두에 두신 책의 원서 검토를 도와드리고 있어요. :3 타이틀을 DVD 타이틀, 할 떄의 의미로 쓰신 줄 알고 그 비슷한 거예요 하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제목' 이란 뜻이셨죠? ^^;;;

저는 플롯시 시리즈를 참 좋아했었는데 원서를 하나 읽고 좀 난감해져서요. 원서를 전부 읽기 전까지는 판단을 살짝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역시 [요지경 파티] 일까요. :]
Commented by enoia at 2009/03/22 11:01
전 어렸을 때는 이 책을 읽지 않았는데(제목이.. 제목이..OTL) 이 글을 읽고는 구텐베르그에서 다운받아서 틈틈히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네요.

을파소판 표지 참 귀엽네요. 전 새로나온 세인트 클레어 시리즈 표지를 알라딘에서 보고는... ... 아마존 헌책방을 뒤져서 셋트를 구입해버렸습니다.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3/23 21:22
재미만은 확실하지요. 팩팩 쏘는 맛이 정말 훌륭해요. :] 고전은 역시 재미있기 때문에 고전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인트 클레어 시리즈는 헌책방에서 호주판(...)을 우연히 왕창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이쪽은 역시 예쁘다고는 할 수가 없지만 '장르가 있는' 그림이고, 책의 모양새가 그럭저럭 견딜 만은 합니다.
Commented by lukesky at 2009/03/22 19:44
와아, 이 책 좋아하던 거예요! 그런데 그 '파티'가 '패티'였을 줄은...-_-;;; 정말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는군요, 이야기가 가물가물한데 소제목을 보니 슬슬 기억이 나는군요. 전 레몬파이 유령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Commented by euphemia at 2009/03/23 21:18
금발의 스웨덴 청년이 나오는...(...)

레몬파이란 늘 먹고 싶은데 어디에 가서 먹어도 썩 만족스러운 맛이 나질 않네요. 역시 직접 굽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이 책을 다시 읽었더니, 레몬파이와 시나몬 롤에 대한 욕망이 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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