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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라임Sublime (2007)

서브라임
토니 크랜츠 감독, 토마스 카바나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나의 점수 : ★★★★

-검색에 걸려나온 영화 감상이 너무 적어서 놀란 것은, [스틸 크레이지Still Crazy] 이후 두 번째입니다. 저같이 과문한 사람의 귀에도 들어왔을 정도이니 온 사방에 이 영화 감상이 널려 있을 줄 알았는데요. 정말로 어느 모로 보나 쬐끄만 영화입니다만, 저는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호러 작가란, 그 문화의 결함을 흡수하여 다시 뿜어냄으로써 독자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어 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정 반대인 작가도 있지요. 은유를 통해,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독자의 눈 앞에 껄끄러운 진실을 들이대고 (각자의 눈으로) 바라보기를 강요하는 겁니다. 감독 일당은 이 영화를 각별히 호러라고는 정의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지만, [서브라임]은 아마도 후자일 겁니다. 이 영화가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하나같이 별로 쳐다보고 싶지 않은 것들입니다. 특히 주요 소재인 '잘못된 수술' 이나 '병원에서 얻은 병'에 원초적인 공포를 느끼고 있는 도시인은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하우스]라는 드라마가 나오기 전에도, 저런 트라우마를 얻기 딱 좋은 주부 대상 월간지라는 미디어가 있었습니다. )
저는 그 모든 정치적인 암시(만약 그런 게 있다면)를 제외하고도 이 영화를 좋아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중년 남자가 매우 간단한 검사를 받으러 왔다가 틀린 수술을 받고 괴로워하고,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몸의 일부를 잃는다는 일련의 상황 자체가 매혹적인 악몽입니다. 배우들은 모두 역할에 잘 어울리고, 뮤직비디오 같은 이 영화의 화면은 B급다운 방식으로 무척 아름답습니다. 혼란스러운 주변 상황은 모두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게 흘러가는데, 그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깁니다.
아름답고 죄책감에 가득한 조이Zoe는 주인공 조지의 휠체어를 밀고 천천히, 천천히 걸어갑니다. 조지의 세계는 이 병원 안에서 견딜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모양으로 변해 갑니다. 병실의 TV는 홈쇼핑 채널에 고정되어 있고, 조지는 그 방송 속에서 구운 감자에 칼을 찔러 넣는 것을 보며 원치 않은 수술을 받은 자신을 생각합니다. 그가 마흔 번째 생일에 받았던 모든 선물들-가족 앨범까지도-이 홈쇼핑에서 팔고 있는 물건인 것을 발견합니다. 게다가 그 방송의 쇼핑 호스트는 그의 친구들입니다! 이쯤 되면 이 세상은 진짜로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이 이상한 병원은, 세상은, 대체 뭡니까?
답은 금방 옵니다. 부인하고 싶어도 어쩔 도리 없는 정답입니다. 조지는 보통 방법으로는 이 악몽에서 도망칠 수가 없습니다.
막판 20분 정도를 제외하고서는 그렇게 피튀기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지만, 이 영화는 정말로 아픕니다. 조지의 불필요한 수술 흔적에서는 우리가 쉽게 포착할 수 있는 종류의 통증이 느껴집니다. 상처에 붙여 놓은 거즈를 뗄 떼마다 보이는 빨갛게 부어오른 수술 자국을 볼 때가, 마지막의 격렬한 고문 장면을 볼 때보다 더 불편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의 고어 레벨이 낮은 것은 아닙니다. DVD 케이스에 나와 있는 저 신나는 장비는 마지막에야 등장합니다만, 그 활용 방법은 상당히 독창적이고(그저 절단의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 고어 액션이 주는 감상이 상당히 달라집니다), 그 전후 씬도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특히 이 고문 장면에서 만딩고Mandingo-위의 저 흑인 남자 간호사 캐릭터-의 어떤 움직임은, 정말로 야릇하고 독특해서 몇 번이나 돌려 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저 수술실에서 시작되었고, 한 바퀴 빙 돌아 참혹한 블랙 유머가 됩니다. 딱히 어느 쪽이 덜 불행하달 것도 없는 선택지를 놓고, 조지는 망설임 없이 한 쪽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는 드물게 일종의 해피 엔딩을 맞지요.

이 영화의 DVD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코멘터리입니다. 이 취향대로 찍은 것만 같은 영화-스티븐 킹의 [킹덤]과 [도니 다코]를 마구 뒤섞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에 대고, 감독 일당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도통 분간할 수 없는 정치적 코멘트를 마구 쏟아냅니다. 한 문장 걸러 한 번씩 조지 부시를 까고 모든 것이 부시와 공화당의 상징이며 심지어 코멘터리의 마지막 단어가 조지 부시입니다. 이 코멘터리를 보고 나면 확실히 영화가 좀 달라 보이기는 합니다. 제작진이 말하지 않는 방향으로. (...)

by euphemia | 2008/06/28 02:36 | 光と影の迷宮 (영화, TV)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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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별빛수정 at 2008/06/28 03:20
제목이 순간적으로 서브프라임으로 보였습니다OTL 상황이 정말 매혹적인 영화네요:)
Commented by euphemia at 2008/06/30 22:23
모양을 보고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른 뜻의 단어라, 처음에 찾아보고 당황했었어요. ^^;
보편적으로 추천하긴 힘들지만 나름 재미있는 영화예요. 화면 색깔도 예쁘고요. :D
Commented by 모르는고양이 at 2008/06/28 16:21
포스팅 제일 처음의 사진(스틸컷?)을 보고 오예!를 외친 후
그 다음 사진을 보고 이예이!!!!를 외친 다음
피튀기는 장면이 있다는 소리에 울면서 달아나는 저.... 으앙
Commented by 정해민 at 2008/06/29 12:06
저는 백심드 스타킹에서 "오예!"를 외치고 바로 아래 문장의 '호러 작가는...'을 보고 바로 도망왔습니다.
Commented by euphemia at 2008/06/30 22:52
...저런 포스터(와 DVD 커버)의 영화인데요......
백심드 스타킹과 저 이상하게 슬러티한 제복의 영화입니다. 저 여배우에 대해서 제작진이 '우리 친구 데이빗 린치가 좋아할 듯한 여배우' 라고 말하더군요.
Commented by 모르는고양이 at 2008/07/11 10:36
켁, DVD표지는 보지도 않았었군요. 무서워라;ㅁ;
Commented by euphemia at 2008/07/11 13:16
실은 저도 처음에 저건 분명히 낚시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문신과 가위, 둘 다 등장해요.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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