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30일
삐의 미스터리한 5월
-미스터리 감상, 읽은 지 좀 된 것부터 신간까지. 전자의 경우엔 감상 쓰려고 다시 꺼내 읽어야 할 정도의 세월이 지난 것도 있군요. -_-; 포스트 하나를 통째 쓰지 않고 짤막하게 쓸 것이 여러 가지 있는 고로 당분간 제일 위에 얹습니다. (2008/04/30)
-누가 [메이즈]랑 [쓸쓸한 사냥꾼] 재미있는지 어떤지 얘기 좀 해봐요. 진짜 손 안 가네...동서양의 고전이 근처에 포진한 탓도 있지만 아예 포기하기로 한 두 작가의 책을 소재가 쫌 솔깃했다는 이유로 사버린 게 실책. (2008/05/16)
-저거 두 개 아직도 못 읽었음. (2008/05/30)
잔학기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나의 점수 : ★★★
-정리할까 하고 내놓은 책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 다시 읽고 있습니다. 오래된 전통(...)입니다. [잔학기]는, 어느 모로 보나 한국에 번역된 키리노 나츠오의 작품들 중에서 처지는 쪽에 들어간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왜 그렇게 되었나 생각해 보면 이 소설을 간단히 버릴 수는 없어집니다. 가장 처진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주인공 소녀의 '밤의 꿈' 이 제가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에요. 이 책은 정말로, 키리노 나츠오가 시마다 마사히코를 한 입 뜯어먹고 소화불량이 된 상태로 쓴 것 같아요. (캠페인 : 시마다 마사히코를 함부로 먹지 맙시다. ) 10대 초중반을 넘기면서 자기 의식 안에 밀물처럼 차오르는 섹슈얼리티에 진저리쳐본 경험은 아마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고, 자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시험해 보고서 격심한 수치심에 완전한 의식의 몰락을 겪었던 사람도 꽤 많을 겁니다.
제 생각으로는 여기가 보통 사람(변태도 포함)과 괴물 또는 아티스트의 분기점입니다. 이 책의 가치는, 지금까지 읽어 본 키리노 나츠오의 소설 중 처음으로 '그것들은 어디에서 오는가' 를 밝히려고 했다는 데 있습니다. 배경이 된 실제 사건 따위는 장식일 뿐이며, 주인공은 괴물로 발전하지 않습니다. 키리노의 여주인공과 '독'은 너무나 많이 나란히 언급되어 식상하기까지 한, 당연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잔학기]에서 그 독의 역할은 좀 다릅니다. 잃어버린 현실 대신, 독기 서린 밤의 꿈에 붙들린 주인공의 모습에서는 이상하게도 폭발하는 듯한 자유가 느껴집니다. 물리적으로 [아웃] 처럼 파괴적인 결과를 낳지 않으면서도, 자유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녀는 결국 자신을 포함한 전부를 엿먹이는 데 성공한 겁니다. 미국 작가들이 많이 썼던 '작가라는 것' 에 대한 키리노식 해석이 아닐까 싶어요.
[암보스 문도스]에 속해 있는 단편들이나, [그로테스크]나 [아임 소리 마마]를 미스터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잔학기]는 확실히 미스터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라는 해명을 요하는 의문이 존재하고, 그것을 해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은 이 중에서 [잔학기] 뿐이니까요.
위험한 출생
사라 파레츠키 지음, 조근묵 옮김 / 화평사
나의 점수 : Bomb
-사라 파레츠키의 20년 전 작품으로 원제는 [Bitter Medicine]입니다. 번역된 것은 1994년이로군요. 일본어 중역본과 함께 한 역사가 길어 어지간한 못력 번역은 참을 수 있고, 책의 하드웨어에도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도저히 안 되겠어요. 내용까지 가기 전에 걸려 넘어지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알라딘에도 yes24에도 이 책이 없기에, 이 좌절스러운 기분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픈 생각이 들어 표지를 찍어봤습니다. 아래 큰 이미지를 보시죠. ^_^; 보기
......폰카로 찍긴 했지만 절대 제 사진이 못력이라 저런 색감이 나는 게 아닙니다. ㄱ- 94년이면 로빈 쿡이 득세하던 시절...하지만 웬만한 메디컬 스릴러도 이런 꼴은 당한 적 없을 겁니다. V. I. 워쇼스키Warshawski 시리즈가 원래 이런 종류의 오해를 받기 쉬운 책이란 건 알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합니다. 지못미 빅토리아...
이 책의 V. I. 는 그냥 평소의 V. I. 입니다. [블랙 리스트]의 차분하고 슬픔에 젖은 V. I. 말고, 그 전까지 제가 봐 오던 V. I.요. 좀 얻어맞고, 남의 사무실도 몰래 털고, 수사하다 만난 소심한 남자랑 데이트도 하고, 집도 좀 털리고요. [블랙 리스트]로 V. I. 를 알게 된 모 님은 이걸 보고 기겁했지만 시리즈 앞부분의 V. I. 는 그냥 저거 맞다니까! -ㅂ-
첫머리에 썼지만 번역의 혼란상이 장난이 아닙니다. 대체 어디가 문제인지 뚜렷이 파악할 수도 없고, 물론 내용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블랙 리스트]와 비교하면 앞서 나온 V. I. 이야기들은 좀 경박한 감이 없지 않고, 요약하면 말도 안 되게 비약이 심한 줄거리가 되어 버리는 일도 있지만, ([블랙 리스트]에서 했던 것처럼) 당시 이슈가 되는 사회 문제를 끌어들이는 솜씨도 그렇고 늘 읽을 만은 했는데 말이죠. 즉, 문장이 이 짝이 된 것은 작가 탓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만... 사건 자체도, 앞서 봤던 V. I. 이야기들과 비교해 볼 때 그렇게 잘 정의된 것 같지는 않아요. 왜 하필 이걸 골라 번역했을까 의문이 듭니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전3권 세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사철나무)
나의 점수 : ★★★
-한동안 어떨까 깔작대던 끝에 결국 읽게 된 책이기는 한데, 일단 책의 모양새부터 좀 짚고 넘어갑시다. 이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188*122mm의 작디 작은 책에, 내용물이 악명 높았던 아무개 출판사의 초기 하드커버 정도 헐거운 조판으로 318페이지, 그리고 하드커버로 3권인 겁니다. 하드커버 세 권을 겹쳐 놔도 저 출판사의 700여페이지짜리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한 권의 두께가 될까말까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 페이퍼백으로 500페이지가 될 거 같지가 않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뽑은 거지? 평소 좋아하던 출판사라 좀 실망이 크군요. 어떤 사람은 이걸 100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라고 언급했는데, 그래, 그거야 사람 마음이지만...OTL
내용은 몇 가지 결점이 있지만 기대 이상의, 상당한 수준입니다. 계속 보기
오늘도 안녕하세요?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책이좋은사람
나의 점수 : ★★★
-적어도 저는 꽤 좋았습니다만 또 책표지와 제목에 대해 험담만 하게 될 것 같으니까 그냥 입을 닥치는 쪽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글래디와 그 친구들은 잘 만든 캐릭터들입니다. 범인은 굉장히 쉽게 식별 가능합니다-무척 아가사 크리스티적입니다! 일이 잘 될 때보다 잘 안 될 때의 묘사가 너무 적절해 좀 울었습니다. 거울을 보는 거 같더라고요... 저는 어쨌든 젊은 애들에게 간섭하는 것 이외의 취미가 있는 저런 노부인들을 좋아하기 때문에...원제 [Getting Old Is Murder]에서는 미묘한 맛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도 안녕하세요?] 란 제목은 어떻게 나왔는지 알기는 알겠는데 그래도 좀 찬성하기 힘듭니다.
이렇게 된 이상 표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저 표지는 원서 표지의 야한 쌈마이 매력조차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내가 저런 양인 미스터리 표지의 못력그림을 미친듯이 좋아하는 탓이 아님. (...)
나이팅게일의 침묵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나의 점수 : ★★★
-이 소설이 오히려 전작보다 낫지 않은지요? 저는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역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그 밸런스는 좀 위태위태했다고 생각하기에, 이 소설에 대해서도 좀 우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만...문제의 '설정'은 사건의 본질과 별로 관계가 없고, 사건의 진상이란 것도 그 사건이 발생한 순간 모조리 까발려진 것과 마찬가지이며(그 외의 답이 존재할 수 있습니까?) 사건의 진상을 찾아내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묘한 안정감이 생기고,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예술 작품이 정말로 천국 혹은 지옥을 보여 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면 쓴웃음과 함께 [마스터즈 오브 호러]의 [담배자국Cigarette Burns]에피소드가 떠오르는데 그 작품이나 이 소설이나, 어느 쪽도 사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지요. :] 진지했다면 둘 다 안 봤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에도 시라토리를 좋아하게 되는 데 실패했습니다. 살려줘...
시체는 누구?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나의 점수 : ★★★
-국내에 번역된 피터 경 단편은 다 읽었고 이 사람의 행태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장편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감이 있더군요. 솔직히 말해 저는 이 어퍼 클라스 트윗, 조증의 셜록 홈즈를 꽤 좋아했습니다만 한번 더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제 정신으로 보기엔 너무 웃깁니다. 공작무늬 목욕가운에서는 정말 내가 뭘 보고 있는거지 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사건의 진상은 초반에서 그냥 명백하게 보입니다만-네, 사실 저는 추리를 하는 게 아니라 추리작가의 마음을 읽는 것에 가깝지요-얘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은 피터 경 그 자신입니다. '번터는 말할 것도 없고' :]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나의 점수 : ★★
-꽤 기대했었는데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군요. 일단 이 시리즈 두 권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어설퍼요. 작가와 번역을 거쳐 후기까지 전부 다. 캐릭터와 설정에 사건의 세부까지 전부 다. 일단 캐릭터에 설득력이 꽝입니다. 고바토의 성격은 그렇다 치고, 오사나이 쪽은 꽤 특이하면서도 주변에서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종류의 성격을 가진 캐릭터인데(얀데레라는 말이 표면으로 떠오를 정도면, 이런 성격이 존재한다는 대중적인 합의가 있다고 봐야지요)...아니, 가졌다고 추정되는 캐릭터인데, 작가는 이 캐릭터의 행동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데 완전히 실패하고 있습니다. 진짜로 이런 애들은 이렇게 행동하지 않아요. 좀만 관찰해 봐도 알 것을...
일단, 그 '소시민' 타령은 쓸데없이 철학적이고, 별로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이건 전에도 얘기했던 "초인에 가까운 캐릭터를 설정하고 약점이라고 설정하는 것이 '그는 여자에 약했다' 수준인" 짓입니다. 그들을 붙들어매는 장애요인으로 성공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습니다.
두 번째는 '여자아이 묘사'에 완전히 실패하고 만 점입니다. 계속 보기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나의 점수 : ★★
-그러니까 이 쪽은 차라리 낫습니다.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의 단점이 그대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청춘 -ㅠ-), 그래도 최소한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에는 [샬로트 게임]이 있습니다. 두 권을 통틀어 유일하게 건질 만한 에피소드가 이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 한 편뿐이라면 저는 별로 불만을 제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칭찬을 늘어놓았을 겁니다. 아아, 이 한 편만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의 코코아 이야기는 그야말로 쥐어짜낸 듯한 인상을 주는데(그 용기를 데우려면 본문에서 말한 다른 예시들보다 더 시간이 걸릴 겁니다) 비해, 이 이야기의 전개는 자연스럽고 욕망에 충실하며 유머가 있습니다.
후반의 전개에 대해서는 그냥 말을 말기로 하고, 그래도 여전히 이 책이 전권보다 낫습니다. 물론 단것의 퀄리티는 더 떨어져서, 제발 과일 얹은 것들 좀 고만 먹으라고 날뛰고 싶습니다만 마지막 트로피컬 파르페의 위용을 보고는 그야말로 입맛을 잃었습니다.
나선계단의 앨리스
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 / 손안의책(사철나무)
나의 점수 : ★★★
-눈에 익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더니 제가 좋아하는 [사사라 사야]의 원작자였어요.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사사라 사야] 같은 걸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아직 저 만화의 원작인 소설을 읽지는 못한 상태라, 판단이 좀 주저되기는 합니다만 아오마타 핑크의 구성력을 믿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점은 카노 토모코에게서 왔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_-; 좀 피식 웃음이 나기는 합니다만 이 소설의 사건들은 나름 괜찮습니다. 적당히 과격하기도 하고요. 아리사의 캐릭터는 사실 좀 미묘하달까 위태위태한데, 한 권 더 보면 마음을 굳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가 [메이즈]랑 [쓸쓸한 사냥꾼] 재미있는지 어떤지 얘기 좀 해봐요. 진짜 손 안 가네...동서양의 고전이 근처에 포진한 탓도 있지만 아예 포기하기로 한 두 작가의 책을 소재가 쫌 솔깃했다는 이유로 사버린 게 실책. (2008/05/16)
-저거 두 개 아직도 못 읽었음. (2008/05/30)
잔학기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나의 점수 : ★★★
-정리할까 하고 내놓은 책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 다시 읽고 있습니다. 오래된 전통(...)입니다. [잔학기]는, 어느 모로 보나 한국에 번역된 키리노 나츠오의 작품들 중에서 처지는 쪽에 들어간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왜 그렇게 되었나 생각해 보면 이 소설을 간단히 버릴 수는 없어집니다. 가장 처진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주인공 소녀의 '밤의 꿈' 이 제가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에요. 이 책은 정말로, 키리노 나츠오가 시마다 마사히코를 한 입 뜯어먹고 소화불량이 된 상태로 쓴 것 같아요. (캠페인 : 시마다 마사히코를 함부로 먹지 맙시다. ) 10대 초중반을 넘기면서 자기 의식 안에 밀물처럼 차오르는 섹슈얼리티에 진저리쳐본 경험은 아마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고, 자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시험해 보고서 격심한 수치심에 완전한 의식의 몰락을 겪었던 사람도 꽤 많을 겁니다.
제 생각으로는 여기가 보통 사람(변태도 포함)과 괴물 또는 아티스트의 분기점입니다. 이 책의 가치는, 지금까지 읽어 본 키리노 나츠오의 소설 중 처음으로 '그것들은 어디에서 오는가' 를 밝히려고 했다는 데 있습니다. 배경이 된 실제 사건 따위는 장식일 뿐이며, 주인공은 괴물로 발전하지 않습니다. 키리노의 여주인공과 '독'은 너무나 많이 나란히 언급되어 식상하기까지 한, 당연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잔학기]에서 그 독의 역할은 좀 다릅니다. 잃어버린 현실 대신, 독기 서린 밤의 꿈에 붙들린 주인공의 모습에서는 이상하게도 폭발하는 듯한 자유가 느껴집니다. 물리적으로 [아웃] 처럼 파괴적인 결과를 낳지 않으면서도, 자유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녀는 결국 자신을 포함한 전부를 엿먹이는 데 성공한 겁니다. 미국 작가들이 많이 썼던 '작가라는 것' 에 대한 키리노식 해석이 아닐까 싶어요.
[암보스 문도스]에 속해 있는 단편들이나, [그로테스크]나 [아임 소리 마마]를 미스터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잔학기]는 확실히 미스터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라는 해명을 요하는 의문이 존재하고, 그것을 해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은 이 중에서 [잔학기] 뿐이니까요.
위험한 출생사라 파레츠키 지음, 조근묵 옮김 / 화평사
나의 점수 : Bomb
-사라 파레츠키의 20년 전 작품으로 원제는 [Bitter Medicine]입니다. 번역된 것은 1994년이로군요. 일본어 중역본과 함께 한 역사가 길어 어지간한 못력 번역은 참을 수 있고, 책의 하드웨어에도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도저히 안 되겠어요. 내용까지 가기 전에 걸려 넘어지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알라딘에도 yes24에도 이 책이 없기에, 이 좌절스러운 기분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픈 생각이 들어 표지를 찍어봤습니다. 아래 큰 이미지를 보시죠. ^_^; 보기

이 책의 V. I. 는 그냥 평소의 V. I. 입니다. [블랙 리스트]의 차분하고 슬픔에 젖은 V. I. 말고, 그 전까지 제가 봐 오던 V. I.요. 좀 얻어맞고, 남의 사무실도 몰래 털고, 수사하다 만난 소심한 남자랑 데이트도 하고, 집도 좀 털리고요. [블랙 리스트]로 V. I. 를 알게 된 모 님은 이걸 보고 기겁했지만 시리즈 앞부분의 V. I. 는 그냥 저거 맞다니까! -ㅂ-
첫머리에 썼지만 번역의 혼란상이 장난이 아닙니다. 대체 어디가 문제인지 뚜렷이 파악할 수도 없고, 물론 내용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블랙 리스트]와 비교하면 앞서 나온 V. I. 이야기들은 좀 경박한 감이 없지 않고, 요약하면 말도 안 되게 비약이 심한 줄거리가 되어 버리는 일도 있지만, ([블랙 리스트]에서 했던 것처럼) 당시 이슈가 되는 사회 문제를 끌어들이는 솜씨도 그렇고 늘 읽을 만은 했는데 말이죠. 즉, 문장이 이 짝이 된 것은 작가 탓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만... 사건 자체도, 앞서 봤던 V. I. 이야기들과 비교해 볼 때 그렇게 잘 정의된 것 같지는 않아요. 왜 하필 이걸 골라 번역했을까 의문이 듭니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전3권 세트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사철나무)
나의 점수 : ★★★
-한동안 어떨까 깔작대던 끝에 결국 읽게 된 책이기는 한데, 일단 책의 모양새부터 좀 짚고 넘어갑시다. 이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188*122mm의 작디 작은 책에, 내용물이 악명 높았던 아무개 출판사의 초기 하드커버 정도 헐거운 조판으로 318페이지, 그리고 하드커버로 3권인 겁니다. 하드커버 세 권을 겹쳐 놔도 저 출판사의 700여페이지짜리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한 권의 두께가 될까말까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 페이퍼백으로 500페이지가 될 거 같지가 않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뽑은 거지? 평소 좋아하던 출판사라 좀 실망이 크군요. 어떤 사람은 이걸 100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라고 언급했는데, 그래, 그거야 사람 마음이지만...OTL
내용은 몇 가지 결점이 있지만 기대 이상의, 상당한 수준입니다. 계속 보기
발상은 기발하고 흐름은 게임처럼 경쾌하며(한 챕터가 마무리된다는 기분보다는 한 스테이지가 끝났다는 기분이 더 강합니다)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처음 설정을 듣고는 단번에 스티븐 킹의 [멈춰버린 시간 The Langoliers]을 떠올렸는데, 작가는 본문 속에 이 이야기를 언급함으로써 '이런 생각을 해낸 것은 내가 처음이 아니란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발상 하나에 목숨을 거는 그 많은 미스터리들과 비교하면 굉장히 영리해요. :D
사건의 진상은 쉽게 읽힙니다. 이게 단점이 될 수는 없어요. 단서도 충분하고 비겁한 플레이도 안 합니다. 인물의 정체는 대강 파악하고 있었는데, 미처 생각 못 했던 부분이 나중에 밝혀지더라도 뜻밖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미스터리 자체로서는 훌륭합니다. 문제는 위에 언급한 몇 가지 결점이라는 것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 소설을 읽기를 포기하게 만들 만한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를 처음 당혹과 수치로 몰아넣었던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와 캐릭터 '츠지무라 미즈키'의 관계는, 본문 중에서 충분히 변명되었으므로 제외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은 오히려 저 트릭을 높이 치고 싶은 기분도 들어요. 하지만 여전히 내용이, 연출이, 학생을 벗은 사람에게는 부끄럽습니다. 무엇보다 가끔은 식별도 불가한 등장인물의 수가 그렇게나 많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고요.
사건의 진상은 쉽게 읽힙니다. 이게 단점이 될 수는 없어요. 단서도 충분하고 비겁한 플레이도 안 합니다. 인물의 정체는 대강 파악하고 있었는데, 미처 생각 못 했던 부분이 나중에 밝혀지더라도 뜻밖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미스터리 자체로서는 훌륭합니다. 문제는 위에 언급한 몇 가지 결점이라는 것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 소설을 읽기를 포기하게 만들 만한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를 처음 당혹과 수치로 몰아넣었던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와 캐릭터 '츠지무라 미즈키'의 관계는, 본문 중에서 충분히 변명되었으므로 제외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은 오히려 저 트릭을 높이 치고 싶은 기분도 들어요. 하지만 여전히 내용이, 연출이, 학생을 벗은 사람에게는 부끄럽습니다. 무엇보다 가끔은 식별도 불가한 등장인물의 수가 그렇게나 많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고요.
오늘도 안녕하세요?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책이좋은사람
나의 점수 : ★★★
-적어도 저는 꽤 좋았습니다만 또 책표지와 제목에 대해 험담만 하게 될 것 같으니까 그냥 입을 닥치는 쪽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글래디와 그 친구들은 잘 만든 캐릭터들입니다. 범인은 굉장히 쉽게 식별 가능합니다-무척 아가사 크리스티적입니다! 일이 잘 될 때보다 잘 안 될 때의 묘사가 너무 적절해 좀 울었습니다. 거울을 보는 거 같더라고요... 저는 어쨌든 젊은 애들에게 간섭하는 것 이외의 취미가 있는 저런 노부인들을 좋아하기 때문에...원제 [Getting Old Is Murder]에서는 미묘한 맛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도 안녕하세요?] 란 제목은 어떻게 나왔는지 알기는 알겠는데 그래도 좀 찬성하기 힘듭니다.
이렇게 된 이상 표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저 표지는 원서 표지의 야한 쌈마이 매력조차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내가 저런 양인 미스터리 표지의 못력그림을 미친듯이 좋아하는 탓이 아님. (...)

나이팅게일의 침묵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나의 점수 : ★★★
-이 소설이 오히려 전작보다 낫지 않은지요? 저는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역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그 밸런스는 좀 위태위태했다고 생각하기에, 이 소설에 대해서도 좀 우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만...문제의 '설정'은 사건의 본질과 별로 관계가 없고, 사건의 진상이란 것도 그 사건이 발생한 순간 모조리 까발려진 것과 마찬가지이며(그 외의 답이 존재할 수 있습니까?) 사건의 진상을 찾아내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묘한 안정감이 생기고,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예술 작품이 정말로 천국 혹은 지옥을 보여 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면 쓴웃음과 함께 [마스터즈 오브 호러]의 [담배자국Cigarette Burns]에피소드가 떠오르는데 그 작품이나 이 소설이나, 어느 쪽도 사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지요. :] 진지했다면 둘 다 안 봤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에도 시라토리를 좋아하게 되는 데 실패했습니다. 살려줘...
시체는 누구?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나의 점수 : ★★★
-국내에 번역된 피터 경 단편은 다 읽었고 이 사람의 행태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장편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감이 있더군요. 솔직히 말해 저는 이 어퍼 클라스 트윗, 조증의 셜록 홈즈를 꽤 좋아했습니다만 한번 더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제 정신으로 보기엔 너무 웃깁니다. 공작무늬 목욕가운에서는 정말 내가 뭘 보고 있는거지 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사건의 진상은 초반에서 그냥 명백하게 보입니다만-네, 사실 저는 추리를 하는 게 아니라 추리작가의 마음을 읽는 것에 가깝지요-얘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은 피터 경 그 자신입니다. '번터는 말할 것도 없고' :]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나의 점수 : ★★
-꽤 기대했었는데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군요. 일단 이 시리즈 두 권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어설퍼요. 작가와 번역을 거쳐 후기까지 전부 다. 캐릭터와 설정에 사건의 세부까지 전부 다. 일단 캐릭터에 설득력이 꽝입니다. 고바토의 성격은 그렇다 치고, 오사나이 쪽은 꽤 특이하면서도 주변에서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종류의 성격을 가진 캐릭터인데(얀데레라는 말이 표면으로 떠오를 정도면, 이런 성격이 존재한다는 대중적인 합의가 있다고 봐야지요)...아니, 가졌다고 추정되는 캐릭터인데, 작가는 이 캐릭터의 행동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데 완전히 실패하고 있습니다. 진짜로 이런 애들은 이렇게 행동하지 않아요. 좀만 관찰해 봐도 알 것을...
일단, 그 '소시민' 타령은 쓸데없이 철학적이고, 별로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이건 전에도 얘기했던 "초인에 가까운 캐릭터를 설정하고 약점이라고 설정하는 것이 '그는 여자에 약했다' 수준인" 짓입니다. 그들을 붙들어매는 장애요인으로 성공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습니다.
두 번째는 '여자아이 묘사'에 완전히 실패하고 만 점입니다. 계속 보기
고바토가 '나는 그런 건 좋아하지 않아, 잘 못 먹어' 라고 할 정도로 극히 단 과자를 좋아하는 오사나이가 쫓아다니는 과자점의 물건 묘사 중에 그렇게 단 과자는 없습니다. 그야 그 가게들이 다들 무시무시하게 달다는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딸기 타르트나 치즈케익은 그렇게까지 달지 않잖아요. '초심자 코스' 랄까, 단것을 진짜로 밝힌다면 안 먹는 종류에 오히려 더 가까울 텐데요. 그 쪽에 중점을 두어서는 곤란했습니다. 게다가-이건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에서 할 말입니다만-그 대망의 1위 파르페의 묘사는 기가 찹니다. 나라면 공짜로 줘도 안 먹어요, 그거. 작가는 단 것을 싫어할 뿐더러 주위에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단 것 좋아하는 사람 본 적도 없는 게 분명합니다. '흠~' 하고 생각한 걸 그냥 옮긴 것 같아요. 거기다 번역자의, 단것을 포함한 소녀문화에 대한 무지가 겹쳐져 사태는 그야말로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고 맙니다.
게다가, 오사나이 유키의 룩은 문자 그대로 패션 빅팀입니다. 이 점은 오히려 이해의 여지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가끔 유행에 휩쓸려 패션 빅팀이 되고 마는 것이 소시민의 삶의 일부기도 하니까요. 아니면, 고바토의 눈에 문제가 있다고 해 버리면 그냥 끝나는 문제긴 합니다. 그런데 그가 '시원한 하늘색 원피스에 소맷부리에 레이스가 달린 흰색 볼레로'가 화려하지도 수수하지도 않은 차림이라고 평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눈이 삐었다는 설정도 아니거든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솔기가 나달나달 닳은 갈색 재킷에 일부러 찢은 청바지, 낡은 운동화에 가죽모자'는 '복숭아 색 탱크톱에 흰색 볼레로를 걸치고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크림색 진을 입고 볼륨 있는 가죽모자(볼베?!)를 쓴 것' 보다 훨씬 멀쩡한 차림입니다. 심지어 전자는 어떤 장르마저 있을 것 같군요. 그런데 고바토는 전자는 쇼킹하고 후자는 그렇게까지는 쇼킹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런 걸 '불량소녀 분위기' 라니, 저건 어느 모로 보나 교복 이외의 것을 입고 외출이라고는 해 본 적 없는 애가 대강 주워입은 옷이잖아!
또한 제게 묻는다면 '짧은 청바지와 셔츠에 나달나달해진 가죽 조끼를 입고 모자를 쓴 것'이 같은 옷에서 '가죽조끼 대신 청조끼로 바꾸고 머리를 고무줄로 비대칭으로 묶어 올린 것(청간지가이?!)'보다 훨씬 덜 부끄럽다고 답할 겁니다. 고바토는 후자가 덜 부끄럽다는군요. 저는 여기서 이 책이 혹시 90년대에 나온 것이 아닐까 잠시 출간년도를 뒤져보고야 말았습니다. 불행히도 아니더군요. 그냥 작가 주변에 여자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곤란합니다, 생활이 중점인 코지 미스터리 주제에 이렇게 온갖 곳에서 턱턱 걸려 넘어져서야. (제가 보기에는 이 중 어느 누구도 21세기 고교생 같지는 않습니다만) 여기저기 둘러봤더니 코지 미스터리보다는 청춘 소설로 즐겁게 읽힌다는 평이 많더군요. 그러니까 이 보송보송한 청춘의 묘사에 중점을 두어 달라는 항의에 대해서는, 제가 싫어하는 게 하나 있다면 청춘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더이상 싫을 수가 없지.
여기다 권말 해설을 쓴 고쿠라쿠 톰보는 [Q.E.D]에 대해 "주인공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도 살인 사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라는 어이없는 소리를 해 두기까지 했습니다. 아아, 이걸로 여기까지 그저 완벽합니다.
게다가, 오사나이 유키의 룩은 문자 그대로 패션 빅팀입니다. 이 점은 오히려 이해의 여지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가끔 유행에 휩쓸려 패션 빅팀이 되고 마는 것이 소시민의 삶의 일부기도 하니까요. 아니면, 고바토의 눈에 문제가 있다고 해 버리면 그냥 끝나는 문제긴 합니다. 그런데 그가 '시원한 하늘색 원피스에 소맷부리에 레이스가 달린 흰색 볼레로'가 화려하지도 수수하지도 않은 차림이라고 평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눈이 삐었다는 설정도 아니거든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솔기가 나달나달 닳은 갈색 재킷에 일부러 찢은 청바지, 낡은 운동화에 가죽모자'는 '복숭아 색 탱크톱에 흰색 볼레로를 걸치고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크림색 진을 입고 볼륨 있는 가죽모자(볼베?!)를 쓴 것' 보다 훨씬 멀쩡한 차림입니다. 심지어 전자는 어떤 장르마저 있을 것 같군요. 그런데 고바토는 전자는 쇼킹하고 후자는 그렇게까지는 쇼킹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런 걸 '불량소녀 분위기' 라니, 저건 어느 모로 보나 교복 이외의 것을 입고 외출이라고는 해 본 적 없는 애가 대강 주워입은 옷이잖아!
또한 제게 묻는다면 '짧은 청바지와 셔츠에 나달나달해진 가죽 조끼를 입고 모자를 쓴 것'이 같은 옷에서 '가죽조끼 대신 청조끼로 바꾸고 머리를 고무줄로 비대칭으로 묶어 올린 것(청간지가이?!)'보다 훨씬 덜 부끄럽다고 답할 겁니다. 고바토는 후자가 덜 부끄럽다는군요. 저는 여기서 이 책이 혹시 90년대에 나온 것이 아닐까 잠시 출간년도를 뒤져보고야 말았습니다. 불행히도 아니더군요. 그냥 작가 주변에 여자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곤란합니다, 생활이 중점인 코지 미스터리 주제에 이렇게 온갖 곳에서 턱턱 걸려 넘어져서야. (제가 보기에는 이 중 어느 누구도 21세기 고교생 같지는 않습니다만) 여기저기 둘러봤더니 코지 미스터리보다는 청춘 소설로 즐겁게 읽힌다는 평이 많더군요. 그러니까 이 보송보송한 청춘의 묘사에 중점을 두어 달라는 항의에 대해서는, 제가 싫어하는 게 하나 있다면 청춘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더이상 싫을 수가 없지.
여기다 권말 해설을 쓴 고쿠라쿠 톰보는 [Q.E.D]에 대해 "주인공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도 살인 사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라는 어이없는 소리를 해 두기까지 했습니다. 아아, 이걸로 여기까지 그저 완벽합니다.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나의 점수 : ★★
-그러니까 이 쪽은 차라리 낫습니다.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의 단점이 그대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청춘 -ㅠ-), 그래도 최소한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에는 [샬로트 게임]이 있습니다. 두 권을 통틀어 유일하게 건질 만한 에피소드가 이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 한 편뿐이라면 저는 별로 불만을 제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칭찬을 늘어놓았을 겁니다. 아아, 이 한 편만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의 코코아 이야기는 그야말로 쥐어짜낸 듯한 인상을 주는데(그 용기를 데우려면 본문에서 말한 다른 예시들보다 더 시간이 걸릴 겁니다) 비해, 이 이야기의 전개는 자연스럽고 욕망에 충실하며 유머가 있습니다.
후반의 전개에 대해서는 그냥 말을 말기로 하고, 그래도 여전히 이 책이 전권보다 낫습니다. 물론 단것의 퀄리티는 더 떨어져서, 제발 과일 얹은 것들 좀 고만 먹으라고 날뛰고 싶습니다만 마지막 트로피컬 파르페의 위용을 보고는 그야말로 입맛을 잃었습니다.
높이가 30센티미터는 될 것 같았다. 거꾸로 된 원추형 파르페 그릇에 색색가지 과일이 담겨 있고 사이사이에 생크림과 요구르트, 젤리, 콘플레이크가 채워져 있었다. 생크림과 요구르트는 흰색, 젤리는 빨간색, 색색의 과일이 다섯 개의 층을 이루는 가운데 사이사이 박혀 있는 시리얼이 아름다운 줄무늬를 만들어냈다. 그릇 가장자리에서부터 위로 생크림이 올려져 있고 망고, 파인애플, 레몬, 복숭아, 바나나, 수박까지 빙 둘러 꽂혀 있었다. 원추형 크림 꼭대기에는 클럼베리와 블루베리가 한 알씩 장식되어 있었다. 이 산 가운데에는 공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숨어 있을 것이다.아아, 레몬에서 '클럼베리' 까지 그저 완벽합니다. 안 먹어, 안 먹는다고. 소녀라면 파르페라는 구태의연한 발상부터 수박이 물기가 많고 아삭아삭하니 유제품인 크림과 안 어울릴 거라는 발상까지, 그저 완벽할 따름입니다.
나선계단의 앨리스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 / 손안의책(사철나무)
나의 점수 : ★★★
-눈에 익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더니 제가 좋아하는 [사사라 사야]의 원작자였어요.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사사라 사야] 같은 걸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아직 저 만화의 원작인 소설을 읽지는 못한 상태라, 판단이 좀 주저되기는 합니다만 아오마타 핑크의 구성력을 믿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점은 카노 토모코에게서 왔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_-; 좀 피식 웃음이 나기는 합니다만 이 소설의 사건들은 나름 괜찮습니다. 적당히 과격하기도 하고요. 아리사의 캐릭터는 사실 좀 미묘하달까 위태위태한데, 한 권 더 보면 마음을 굳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by | 2008/05/30 17:44 | Dear Detective! (추리) | 트랙백(1)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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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시체는 누구?
원제: Whose Body? 저자: 도로시 리 세이어즈 출판사: 시공사 평범한 건축가의 집 욕조에서 신원불명의 중년남자가 알몸의 시체로 발견된다. 남겨진 단서는 금테 코안경과 사슬 뿐. 소문난 애서가이자 범죄수사가 취미인 명문귀족의 아들 피터 윔지 경은 즉각 수사에 착수한다. 경찰은 같은 날 실종된 유태인 사업가가 문제의 시체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하지만 조사 결과 시체는 사라진 사업가와 전혀 별개의 인물로 밝혀진다.......more
누군가 도전정신 강한 독자가 저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서 (가능하다면!) 사진이라도 찍어서 작가에게 보내주면 좋겠어요. 타인에게 이러한 시각 공해를 유발할 수 있는 문장은 자제하라고....
싫죠. =_=;
과자에 낚여 사버린 자신을 원망하며 한동안 궁시렁거리다가, 주위에 여자 없다는 걸 이렇게 효과적으로 밝히고 게다가 그걸로 돈도 버는 인간이 있구나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
전 QED 부분에서 말 그대로 푸하하하였어요. QED표지라도 보긴 했을까-_-
..패션 묘사와 거대 파르페 묘사를 보고 있자니 작가를 한 대 때려주고 싶어집니다-_-..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디저트류가 훨씬 발달돼 있잖아!! 우리나라처럼 파르페에 콘플레이크 같은 거 넣지 말란 말이야!!!!!
저기서 생과일을 프루츠 칵테일 통조림으로 바꾸고 초코시럽이랑 레인보우로 장식하면 딱 우리나라 파르페겠네요-_-
QED...동명의 다른 작품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했다니까요. ( -_-)
Devilot / 제 말이. -ㅠ-
[유리가면]같은 장기연재작도 아니고, 제발 '니가 중학교 다닐 때 얘기' 좀 하지 말라고 해 주고 싶은 작가들이 많이 있죠. 콘플레이크는 넣을 수 있지만 여름한정 특선 파르페에 넣을 물건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심지어 한국에서도 미고쯤 되는 곳이라면 넣을까 말까 고민 정도는 할 텐데. 전 단것에 과일을 쓰면, 과일 위주로 밸런스를 잘 맞추지 않으면 그냥 단숨에 맛이 없어진다고 믿는데요, 일본인들이 워낙 파르페를 좋아하고 파르페로 온갖 실수를 범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어느 방향으로도 저건 아니라고 봅니다. ㄱ-
그리고 모 횽의 지적 : "뭣보다 저런 소도시에 저런 가게가 그렇게 많을 리가 있냐! "
그나저나 생크림에 수박이라. 읽기만 해도 얹혀요. 으윽.
전 수박과 유제품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거품낸 생크림도 너무 차갑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최고는 연유겠지만...예전에 (부지런하게 살 때) 수박을 한 마리 잡으면, 모두 네모나게 썰어 통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고, 껍질에 붙은 연한 붉은 부분을 깨끗하게 긁어서 수박 샤베트를 만들곤 했어요. 접시에 늘어놓고 얼린 다음 연유를 넣고 얼어붙은 채로 믹서로 갈아주면 돼요. 떼르 드 글라스의 수박맛과 비슷합니다.
기타 제목에 대한 저의 원한은 http://euphemia.egloos.com/1208070 를 참조하시기를 바라며...ㅜ.ㅠ
물론 http://uwtb.egloos.com/1313205 를 잊으시면 안 되겠고...저건 책 홍보문구가 아니라, 발췌문입니다만 한 줄 한 줄이 주옥같습니다. 그리고 읽어본(...) 제가 증언하는데 저 문장들 신경써서 뽑은 게 아니라 랜덤 발췌입니다. 책 한 권의 모든 문장이 저렇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정말로 궁금했습니다.
전 요즘 오로지 쾌락 외길로만 독서하고 있습니다.
재정난을 면하기 위해 신간 체크는 좀 게을리 하고 있고요. ㅠ_ㅠ
어설픈 추리물이랄까...책방 할아버지와 손자 알바생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며 추리비슷한 걸 하는 이야기입니다. <-날조요약
좀 덜걱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용은 잠들다]나 [모방범] 보다는 이게 훨씬 낫네요. 제가 미야베 미유키에 대해 품고 있는 비호감을 생각하면 굉장히 마음에 든다고도 할 수 있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