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각하의 요리사] 13권에는 '파킨' 이라는 낯선 과자가 등장합니다. 이 만화를 보았지만 이 과자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시는 분들께서도, 베트남 편의 거의 막바지에 완고한 서기장을 설득하기 위해 세팅한 연회에서 코우 씨가 만들었던 과자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으실 지 모르겠군요. 이 만화에 등장하는 파킨은 칼튼 호텔의 과자로, 쿠라키 대사님은 런던의 호텔에서 파티스리를 하던 호치민이 이 과자를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으리라는 전제 하에 대담한 전략을 펼칩니다.
그런데, 물론 현실은 그렇게까지 드라마틱하지가 않아서...호치민이 영국에서 호텔의 요리사를 했던 것은 사실이나-드레이튼 코트 호텔Drayton Court Hotel이라는 곳에서 일했다고 합니다-칼튼 호텔에서 일하며 에스코퓌에Escoffier에게 제과를 배웠다는 설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위키페디아에서는 말하고 있군요. :]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드라마틱하지는 않은' 부분은 호치민 부분이 아니라 파킨이 칼튼 호텔의 과자라는 부분입니다. 원작자 니시무라 미츠루 씨가 칼튼 호텔에서 먹은 특정 파킨을 염두에 두고 저 부분의 스토리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파킨은 저 호텔 고유의 과자는 아닙니다. 최소한 제가 구글링해 본 바로는 파킨과 칼튼 호텔을 구체적으로 연관짓는 검색결과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만, 양쪽 다 뭔가를 창작할 때 용납되는 수준의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의 달인] 같은 음식정보만화가 아니니까, 저 스토리 자체에 흠을 잡을 생각은 없어요.
그럼 파킨이란 무엇이냐...또다시
위키페디아의 도움을 빌자면 간략히 말해 '오트밀과 당밀과 생강이 들어간 영국 북부의 과자' 되겠습니다. [대사각하의 요리사]에서 코우 씨가 만들었던 파킨은 '흑설탕과 믹스 스파이스를 사용한 고전적인 과자'로, 코우 씨는 흑설탕, 버터, 우유, 밀가루, 달걀, 오트밀, 생강, 믹스 스파이스를 사용했습니다. 당밀 대신 흑설탕이 들어간 만큼 세련된 맛이 나고, 제가 참고했던 레시피들보다 거품 내는 과정이 더 많았던 만큼 촉감도 조직도 더 가볍겠지요. 본문의 '믹스 스파이스' 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르겠는데, 영국식의
Mixed spice를 가리키는 거라면 아무래도 넣는 것이 좋을 거라는 생각은 드네요:]
완성된 파킨은...당밀의 시고 쓴 맛과 오트밀의 껄끄러운 식감과 생강의 매운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어르신들이 좋아할 듯한' 엄청나게 정직한 맛이 나는 과자였습니다. 밀크티와 함께라면 한 조각 정도 색다른 기분 내며 먹을 만은 하지만, 제게는 일단 너무 매웠습니다orz 모 횽이 설명을 듣고 했던
'잉글리시 컨츄리사이드™의 맛이 나겠구만' 이라는 코멘트가 정답.
일단 지금은, 혹시 존재할지 모르는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 제가 참고한 레시피는 올리지 않겠습니다. ㅜ.ㅠ 당밀이 많이 남았으니 한번 정도는 더 만들게 될 텐데, 두 번째로 만든다면 저도 당밀뿐만 아니라 흑설탕을 첨가하고, 생강을 줄이고 믹스드 스파이스를 넣고, 오트밀을...줄이거나, 더 곱게 갈아서 쓸 생각이에요. 이걸 구워보고 싶어서 미니오븐을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처음 시도에 어쨌든 먹을 수 있는 물건이 나왔으니 선방했다고 칠 생각입니다. ^^;